[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 ㉗옴니어스 전재영 대표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AI로 취향에 꼭 맞는 옷 찾아드려요”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3대 요소다. 그런데 왜 옷이 맨 앞자리를 차지할까. 이 단어는 대한제국 시대부터 문헌에 등장한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일본에서 유래됐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또 ‘衣(옷)’가 맨 앞에 위치한 이유는 체면과 예의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일 것이라는 설도 있다.

재밌는 사실은 북한에서는 1984년부터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식의주’로 바꿔 부르고 있다 한다. 중국에서도 '식의주' 순서로 언급한다고 한다. 옷보다는 밥(食)이 먼저다. 역사를 밥에 대한 투쟁으로 봤기 때문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옷이라는 단어 못잖게 패션이라는 어휘가 널리 쓰인다. 생활필수품이던 옷이 어느새 취향 혹은 스타일 상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품의 소구점이 달라짐에 따라 유통의 문법도 바뀔 수가 있다. 전재영 옴니어스 대표는 이 사실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패션 상품의 위치

옷이 패션이 된다는 뜻은 소비자로서는 더 많이 사야 한다는 의미다. 패션은 단지 몸을 가리고 추위를 막는 데 필요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개성을 드러내고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를 주는 데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사야할뿐더러 사기 위해 고르는 일조차 만만찮은 숙제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 문제는 더 커진다.

“백화점 1층엔 주로 화장품을 비롯해 가방, 액세서리 매장이 자리하고 있어요. 이들 상품이 고객을 끌어들여 매출 상승을 촉진하는 분수효과의 아이템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마케팅에서 분수효과는 아래층에서 쇼핑하는 고객의 동선을 위층으로 유도해 매장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상품 배치전략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에선 패션 상품이 이에 못지않아요.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죠.”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 고르기 어려운 이유

온라인 쇼핑몰에서 패션 상품의 위치는 막중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자신에게 딱 맞는 상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직접 입어보고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게 패션이다. 온라인에서라면 더 그렇다.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패션 상품의 정보를 보면 이미지와 상품명, 크기, 색상, 가격 등이 거의 전부예요. 이것만 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고르기 쉽지 않죠. 특히 상품을 검색했을 때에도 수많은 제품이 올라오지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기는 어려워요. 상품을 분별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것이지요.”

패션 상품 검색이 어려운 것은 다른 상품과 달리 규격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의 경우 오히려 탈규격화와 탈표준화가 핵심이다. 취향과 스타일에서 개성을 추구하는 게 패션이고 그래서 다양성이 패션 상품의 본질이다. 구매를 위해서는 다른 상품에 비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더 적은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상품의 종류가 너무 많아 정보를 일일이 줄 수 없는 탓이겠다.

옴니어스의 초개인화 AI 커머스 솔루션인 '옴니커머스'의 개념도

■“AI로 상품 속성을 자동 태깅해줍니다”

옴니어스가 개발한 ‘옴니커머스’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솔루션이다.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이미지만 보고도 상품의 여러 가지 속성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태깅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판매업자가 처음 올린 정보는 상품마다 서너 가지가 전부였지만 ‘옴니커머스’는 수십 가지로 늘려준다. 이 정보로 인해 소비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상품을 더 쉽게 찾아낼 수가 있다.

옴니커머스는 또 상세하게 분류한 상품 속성과 소비자의 구매 이력 및 관심사 정보 그리고 새로운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다양한 추천 기능도 제공한다.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선택하면 그와 비슷한 다른 제품을 추천한다거나, 상의를 골랐을 때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하의를 추천해주는 방식 등이다.

“옴니커머스는 패션 상품의 검색과 추천을 초개인화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온라인에서 구매 경험을 오프라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거지요. 그 성과를 조금은 인정  받아 지금은 온라인 커머스 기업 100여 곳에서 이 솔루션을 사용해요. 구매전환율이 140% 향상되고 상품 클릭률이 210%가 늘어난 고객사도 있지요. 고객체류시간이 무려 250%나 늘어난 고객사도 보고되고 있어요.”

■챗봇으로 소비자와도 직접 만납니다

옴니어스는 최근 옴니커머스의 AI 노하우를 챗GPT와 결합시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챗봇 ‘스타일챗’을 내놓았다. 카카오톡에서 대화창을 추가할 수 있다. 대화창에 이미지를 업로드 한 뒤 ‘코디해줘’라고 명령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또 ‘찾아줘’라고 명령하면 유사한 상품을 찾아 쇼핑몰로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옴니어스의 패션 챗봇인 '스타일챗'

“옴니어스는 옴니커머스를 통해 기업 대 기업(B2B)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지만 스타일챗을 통해 기업 대 소비자(B2C)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도 모색 중이에요. 아직 스타일챗을 널리 알리고 있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패션 상품 구매 경험을 새롭게 하는데 충분히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전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그 중에서도 특히 패션 분야는 AI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상품이 갖는 검색과 추천의 난해함 때문이다. 국내 메이저 이커머스 기업과 패션 플랫폼 80%가 옴니커머스를 쓰는 이유도 그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검색과 추천의 고도화를 통한 초개인화가 결국 해답인 셈이다.

■“이미 해외에 진출했고 품목도 늘릴 거예요”

옴니커머스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이탈리아와 일본의 명품 패션 브랜드 플랫폼 등 여러 해외 기업에도 이미 공급돼 있다. 이미지 중심 기술이어서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전 대표 생각이다.

현재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인력을 채용 중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연 평균 1.6배씩 성장하고 있어요. 작년 매출은 수십억 원 정도이고, 올해는 해외매출까지 발생하며 작년보다 2배가량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옴니어스는 지금까지 약 140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글로벌 시장 확대 등을 목적으로 신규 투자 유치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지만, 이르면 앞으로 2년 내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과학 마니아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로

옴니어스 공동창업자. 왼쪽부터 최형원 AI Lead, 전재영 CEO, 장윤훈 COO, 박준철 CTO.

전재영 대표는 과학 마니아다. 대학 시절 항공우주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서호주 사막으로 탐사를 간 것도 특유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전 대표는 이때 죽을 고비를 맞는다. 사방 200Km 안에 인적이 없는 곳에서 조난을 당한 것. 2박3일을 꼬박 걸은 뒤에야 겨우 원주민 마을을 찾아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전 대표는 죽음의 문턱에서 “두 번째로 삶이 주어진다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꼭 해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과학도였던 만큼 AI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그 길이라 생각하고 KAIST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런데 박사 과정 3년차에 접어들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논문을 위한 연구만으로는 사회에 줄 수 있는 도움이 적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산업을 혁신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2015년 KAIST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딥러닝 기반 패션 검색 서비스’를 들고 참가했다. 결과는 좋았다. 우승. 그런 뒤에 이 아이템을 기반으로 ‘옴니어스’를 설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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